2026년 9월 8일 화요일

“더 나누고 더 쓰고 살 거예요”···노후에 찾은 삶의 여유 행복

인터뷰 — 이기자 어르신

두 아들 키워낸 어머니에서
나를 찾는 적극적 인생으로

“노후에는 이제 제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베풀고 더 나누고 더 쓰고 살 거예요.”

앞서 나서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는다. 조용조용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을 가만히 맡아 한다.

안마을신문이 지난 3일 이기자 어르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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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어르신은 먹고 싶은 거 먹어라, 아끼지 말고 나를 위해서 써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기자 어르신은 먹고 싶은 거 먹어라, 아끼지 말고 나를 위해서 써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저는 인터뷰 자신 없어요.”

손사래 먼저 친다. 무슨 대단한 이야기가 있겠느냐는 표정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하자 80여 년을 살아온 내공이 드러난다.

“저는 다가가는 성격이에요. 물러서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은 나이 먹다 보니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더 적극적으로 살아야겠다 마음먹었죠.”

50년 가위와 함께한 삶

1941년생. 전북 정읍에서 살던 그는 23살에 미용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73살까지 꼬박 50년을 가위와 함께 살았다.

“아이 교육 문제도 있고 남편 직업도 있고···정읍에서 미용실을 하며 살다가 80년대 초반 서울로 와서 자리 잡은 곳이 공릉동이에요.”

처음에는 가게에 딸린 방 하나가 집이었다. 미용실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돈을 모아 집도 마련했다. 두 아들을 가르치고 결혼시키는 일도 모두 공릉동에서 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가르치려고 했죠.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만 했어요. 열심히 살았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그렇게 가족을 위해 달려오다 일을 놓으니 어느 날 자기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퇴 뒤 손주까지 몇 년 돌보고 나서야 비로소 시간이 생겼다.

“저희 때 사람들은 죽어라고 일만 했기 때문에 놀 줄을 몰라요. 돈만 벌었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니까 그런 데서 좀 깨어났죠. 저 자신을 발견하고.”

그리고 생각을 바꿨다.

“노후에는 제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기자 어르신이 오는 12일 진행되는 청소년축제 ‘꿈나르샤’를 위해 사탕을 기부하고 있다.
이기자 어르신이 오는 12일 진행되는 청소년축제 ‘꿈나르샤’를 위해 사탕을 기부하고 있다.

사람 속에서 다시 찾은 활력

그때부터 삶이 다시 바빠졌다. 복지관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합창을 했다. 밴드 운동도 하고, 보건지소에서는 ‘두근두근 뇌운동’을 한다. 공릉청소년센터 독서모임 ‘옹달샘’에도 나간다. 주민센터 라인댄스도 재미있게 했지만 요즘은 무릎을 아끼느라 잠시 쉬고 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게 자부심도 생기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이기자 님에게 이런 활동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중요하다.

“모임에서도 가만히 뒤에 앉아 있기보다 먼저 의견을 내는 편이에요. 조금 틀리거나 실수하면 어때요. 나이 먹으면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에 주저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다시 고쳐먹는다. 돈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먹고 싶은 거 먹어라, 아끼지 말고 먹고 나를 위해서 써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이거 쓰지 않고 남겨봐야 유산이다, 그러죠.”

“남기는 것보다 쓰는 기쁨”

평생 어렵게 벌었으니 아끼기만 하다가 써보지도 못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이제는 무조건 모으고 자식에게 남기는 것만이 잘 사는 길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여유 있으면 자식들 힘들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라고 강조한다.

이런 마음은 나이가 들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다. 살림이 어려워 방 한 칸에서 살던 시절에도 형편이 어려운 조카의 학원비를 매달 보내주고, 다른 조카의 고등학교 학비를 보태줬다.

“주는 기쁨이 훨씬 크거든요. 아껴서 주머니 채우는 것보다 주변 사람을 위해서 밥이라도 한 끼 사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잘 늙어가는 법을 배우다

이기자 님은 지금 두 아들과 두 며느리, 손주들에게 “효를 받고 산다”며 웃었다.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도 큰 성공이나 많은 돈이 아니다.

“돈에 욕심 부리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감사함으로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저는 지금 이대로 건강 유지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지난 2일 진행된 꿈마을동네배움터에서 책을 함께 읽은 소감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지난 2일 진행된 꿈마을동네배움터에서 책을 함께 읽은 소감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기자 님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배우러 가고, 노래하러 가고, 사람을 만나러 간다. 먼저 말을 걸고 때로는 남을 챙긴다.

그리고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 그는 오히려 자기 삶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욕심, 야망 크게 부리지 말고 그대로 인정받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해요.”

이기자 님이 말하는 잘 늙어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해 보였다. 나이를 핑계로 물러서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며 오늘을 사는 것이다.

강봉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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