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형환 도깨비시장 신임 상인회장
경춘선숲길 조성···시장 발전 전환점
어수선한 시국···코로나 보다 힘들어
접근성·편의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
고객센터 오픈 계기로 또 한 번 발전
“전통시장도 이제 많이 바뀌었어요. 도깨비시장은 전통시장 중에서도 앞서가고 있어요. 오는 6월에 고객센터가 문을 열면 또 한 번 크게 달라질 거예요.”

도깨비시장에서 37년. 세월을 껴안은 운동화 가게가 있다. 1988년 4월 30일, 20대 후반에 외판원 생활을 접고 도깨비시장에 자리 잡았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새로 뽑힌 오형환 도깨비시장 상인회장이 주인공이다.
안마을신문이 최근 취임한 오형환 도깨비시장 상인회장을 지난 18일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사만 해왔지,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오 회장은 특유의 눈웃음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땐 정말 어두컴컴했어요. 불 꺼지면 도깨비가 나올 것처럼. 비라도 오는 날엔 물 줄줄 흐르고 비닐 치고 파라솔 치고 장사 했죠.”
옛날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추억에 젖게 한다.
“그래도 그때는 경기가 좋았어요. 주변에 사람도 많았고 캐릭터 신발 하나 나오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거든요.”
시장 장사는 예나 지금이나 인심과 정으로 통한다.
“며칠 전엔 젊은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찾아왔어요. 어린 시절 단골이었다며 캐릭터 신발 사서 좋아했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오 회장은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시장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전통시장 아케이드 조성사업이 계기가 됐어요.”
1998년 당시 망우동 우림시장 사례를 보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당시 상인들이 모여서 추진하기로 하고 전국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을 했어요. 정부 지원도 있었지만, 결국 상인들이 뜻을 모아 실행했죠.”
하지만 공릉동 인구는 점차 줄었고 인근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시장의 인기는 더욱 식었다.
“경춘선숲길이 큰 계기가 됐어요. 숲길이 조성되면서 외부 인구 유입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때마침 코로나19도 기회가 됐어요. 대형마트를 이용하던 주민들이 오히려 전통시장을 많이 찾았거든요.”
시장도 분위기에 맞추어 위생을 철저히 하고 방역수칙을 지켰다.
“지금이 경기가 가장 어려운 거 같아요. 코로나 때 절반 수준이나 갈까, 상인들이 다들 어려워해요. 무엇보다 어수선한 시국이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오 회장은 무엇보다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시장만이 가질 수 있는 믿음과 정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직접 만져보고 사야 안심이 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만져보는 것보다도 시장 상인의 눈이 정확해요. 상인과 소비자 사이에 믿음이 쌓여야 다시 찾아오겠죠. 그리고 대형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 회장은 시장 발전을 위해서 상인회가 나서야 할 일은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주차장인데요 오는 6월 고객센터가 완공되고 나면 주차 공간이 생기니까 일정부분 해소될 거라 생각합니다. 소통공간을 만들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오 회장은 또 고객센터에 먹거리 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장에 찾아오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단위 손님들이 편히 앉아서 먹고 마실 공간이 없었어요. 시장에서 산 음식이라면 누구나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접근 편의성에서부터 주차, 배달, 할인경쟁 등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를 많이 가지고 있다.
“우선은 상품이 좋아야 해요. 그런데 정말 시장조사를 해 보면 적어도 채소, 과일 등 먹거리에 관한 한 시장이 최고예요. 그만큼 상인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 회장은 나아가 시장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시장이 중심이 돼 지역주민들이 모이는 다양한 행사도 개최할 것이고 마을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입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상생하는 전통시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강봉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