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도봉구 청소년식당
도봉1동 청소년 꿈터 초록뜰
방학2동 꿈빚는 마을 방아골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환대
늦기 전에 미리 관계를 만들어야
결정적 순간 손 잡아줄 수 있어”

“중2인데 모자를 눌러쓰고 밥만 먹는 아이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말도 안 하던 아이가 한 1년이 지나니까 마음을 열더라고요. 다문화 가정에서 엄마에 대한 상처가 컸었나 봐요. 이제야 조금씩 극복해 가고 있어요.”
“밥이 주는 힘이 있어요. 아이들을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에요.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이들은 밥 한 끼 이상의 많은 것들을 느끼는 것 같아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를 중심으로 매달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는 구심점인 ‘어릔이식당 작은숲’이 지난달 30일 하계아이휴센터, ‘청소년 꿈터 초록뜰’, ‘꿈 빚는 마을 방아골’ 등을 돌아보았다.
도봉1동에 있는 ‘청소년 꿈터 초록뜰’은 매주 월요일 청소년마을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방문에서 김영애 초록뜰 대표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당시 청소년들이 정말 갈 곳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처음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시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모든 공간이 문을 닫다 보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뜻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모이게 하는 방법으로 먹을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밥을 주기 시작하니까 금방 소문이 나고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반복적으로 자주 만나다 보니 표정이 보이고 그들의 고민을 조금씩 알게 됐어요.”

그래서 어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환대’.
“이 지역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도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노력은 지역사회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인근 복지관 복지사들이나 학교 선생님과도 연계를 갖고 아이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식당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아이들이 와요. 학교 가야 하는 시간인데도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어요. 그럴 땐 잘 달래서 학교 보내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아이들은 존중받고 대우받았다는 경험으로 바르게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초록뜰은 혼자서도 찾아올 수 있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밥을 먹을 수 있다. 2명의 요리사가 짝홀수로 나누어 요리를 하고 8명의 봉사자가 참여한다.
초록뜰은 지난 3월, 위탁 만료에 맞추어 구청이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해 위탁기간이 1년 연장됐다.
“공간만 구청이 위탁해 준 것이지 운영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어요. 때문에 바자회를 해서 기금을 마련해야 하고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해요.
‘꿈 빚는 마을 방아골’에서 ‘방학2동 청소년마을식당 밥먹고’를 운영하는 성지윤 도담마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2년 10개월 동안 청소년식당을 112회(주 1회 정도) 열었고 연인원 4222명에게 밥을 먹였다”고 밝혔다.
청소년식당에는 도깨비연방,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등 8개 단체가 청소년식당추진위원회를 구성, 주별 7~8명의 봉사자가 조리봉사를 하고 있다.
“밥만 먹이자는 것은 아니니까요. 세종대왕 친구들, 맞춤코칭, 수학이 좋아 등 15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옆에 있는 작은 운동장에서는 다양한 야외활동도 진행되고요.”
활동을 하려면 언제나 예산이 제일 큰 문제.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공간 운영비가 최소 월 100만원 정도 나와요. 그런데 매년 후원행사를 해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어요. 단일사업으로 이정도 후원금을 모금하는 사업도 별로 없다고 해요.”
방아골의 가장 큰 특징은 학령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다.

“돌봄에서 벗어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 우리가 처음 만나야 할 때라고 봤어요. 인근 학교 3학년 3개 반에서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밥먹고’를 소개하는 것이 만남의 시작이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마을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5학년이 돼서 관계를 맺기 시작했더니 이미 벗어나기 시작한 아이들은 손을 잡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돌봄에서 벗어나는 그때 우리를 만나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날 어린이식당 돌아보기를 함께 한 김지원 꿈마을협동조합 이사는 “이런 식당은 공공에서도 운영할 수 있지만 공공에서 하면 그냥 ‘급식’이 될 수 있다”며 “배고픈 친구들에게 밥 주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민간이 해야 하는 영역이 따로 있다”며 “공공이 이런 부분을 잘 도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봉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