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화요일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책人감과 함께하는 책in책

가와우치 아리오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지난 3월, 중구 방산시장 안에 있는 독립서점 ‘그래서’에 들렀다. 작은 공간이지만 책이 빼곡한 책장도 있고, 별도의 전시 공간까지 갖춘 아기자기한 책방이다. 출판사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큐레이션된 책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책방지기가 말을 건넸다.

“어떤 책을 찾으세요?”

전시된 책 중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고 말했더니 일본 작가가 쓴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추천해 주었다.

이 책 ‘눈이 보이지 않는 ···’은 책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화려한 색깔의 바탕 위에 검은 직사각형이 인상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 가와우치 아리오는 친구 마이티와 전맹인 시라토리 씨와 함께 일본 곳곳의 미술관을 돌며 예술 작품을 감상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풍경화처럼 비교적 명확한 작품이라면 쉽겠지만, 고흐와 같은 인상파의 색감이나 질감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피카소의 추상화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현대의 설치 미술은 또 어떤 방식으로 설명해야 할까.

이런 고민은 어린이나 미술 초보자에게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조승리 작가처럼 시력을 잃은 후 전맹이 된 경우와 달리, 선천적 전맹인 시라토리 씨는 색을 시각이 아닌 개념으로 구분한다. 이런 사람에게 색이나 형태를 설명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시라토리 씨는 왜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타인의 설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까?

작가는 시각적 감상과 시라토리 씨가 다양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예술 감상의 차이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감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책에는 한국인 예술가 정연두, 마술사 이은결과의 에피소드도 등장해 더 재미있었다.


‘책인책’은 우리동네 책방 책인감 이철재 대표가 직접 소개하는 추천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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