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화요일

“교회도 한 구성원,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게 예수님 뜻”

인터뷰—동산교회 정경수 목사, 양지연 사모

‘마을 목회’···사람 만나고 사랑 전해야

평안과 위로 누렸다면 이웃들에게 나눠야

권위주의 목사···광장으로 신도 끌어내

계엄 정국···극우세력과 교회 나누는 계기

문화강좌 통해 일반인에게도 교회 개방

정경수 목사와 양지연 사모는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교회도 마을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마을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죠. 예수님께서 늘 마을과 도시를 다니시며 사람들을 만나셨던 것처럼 말이에요.”

3년 전 쯤, 동산교회 앞에 숲길오케스트라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붙은 것을 봤다. 교회에서 오케스트라를 한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을 이런저런 행사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지만,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동산교회가 어린이식당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경수 목사 부부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안마을신문은 지난 3월 24일 교회를 찾아 정경수 목사 양지연 사모 부부를 만났다.

“제가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은 ‘마을 목회’라는 개념이에요. 예수님은 늘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라 했지만 오늘날 교회들은 마을을 향해 ‘이리 와 봐라’하고 있거든요.”

교회가 마을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마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정경수 목사가 교우들이 기증한 물품을 이웃들과 나누는 프리마켓을 돌아보고 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키워서 마을 속으로 들어가라 하셨어요. 성도님들도 교회에 와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평안함을 누리겠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되고 이 위로를 이웃들에게 잘 전달해야 합니다.”

정 목사는 “기독교가 종교화하면서 예수님을 교회에 가두어 버렸다”며 “예수님의 처음 정신을 교회가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이 가장 싫어했던 것이 성경에 있는 글자에 매몰돼 맘대로 해석하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는 자들이에요.”

양지연 사모도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삶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것이 예수님의 사람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숲길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강좌를 통해 교인이 아닌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공릉동에 온 지 이제 3년 됐는데, 와보니 이승훈 청소년센터장을 중심으로 꿈마을공동체가 이미 이런 일들을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교회가 마을 공동체 작은 부분이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목사는 최근 시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양지연 사모가 지난 2월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진행된 어린이식당에서 성도들과 함께 봉사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목사들의 지나친 권위주의와 신도들의 맹목적인 복종이 굉장히 나쁜 전통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사를 따라 광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요.”

정 목사는 “이번 계엄 사태로 전광훈씨를 비롯한 극우 세력들이 오히려 대부분의 교회와 구별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지만 교인들은 큰 틀에서 보면 대한민국 일반인들의 정치적 성향에 수렴됩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은 교회 안에서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정 목사는 “우리 사회에서 편가르기가 일상이 되고 서로 극단적으로 미워하고 혐오하는 시대가 된데 대해 목사로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때문에 동시에 이 분열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말했다.

지난 2월 진행된 어린이식당 운영단체 소개.

그래서 정 목사 부부가 선택한 것이 숲길오케스트라와 다양한 문화강좌다.

교회 공간을 활용해서 10여개 문화강좌를 진행하는데 강사 가운데에는 교우도 있고 전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도 있다.

물론 강좌를 듣는 사람들도 일반인도 많다.

“우리 오케스트라 단원이 드로잉 강좌를 진행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재능 기부로 배우는 사람이 또 자신의 달란트를 이웃을 위해 나눠주는 거죠. 강사들도 모두 강의료를 받지 않고요, 수강료도 다 재료비와 운영비 수준이에요.”

토요일 오후에는 어반스케치, 캐리커처 등을 배울 수 있는 드로잉 강좌가 진행되고 매주 수요일에는 교회 앞에서 교우들이 기증한 물품을 나누는 프리마켓이 열린다.

이외에도 어린이 놀이교실, 코바늘교실, 영어강좌, 노래부르기, 탁구동호회까지 다양하다.

악기를 다뤄보지 않은 사람도, 악기가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숲길오케스트라는 지난 겨울 세 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오케스트라 매니저를 맡고 있는 양지연 사모는 “떠듬떠듬 배우기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여러 사람이 어우러지는 화음을 냈을 때 정말 기분 좋다”며 “그렇게 배우고 또 누군가를 위해 공연할 수 있으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또 작은 도서관도 준비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라면 기기 같은 것도 둘 계획이에요. 엄마한테 혼나고 나서 라면 한 그릇 먹으면 위로 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교회의 공간이 이웃들을 위해서 널리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강봉훈 기자

광고

인기 기사

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