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5일 토요일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 목회자의 삶, 마음 상하게 하는 시혜는 폭력”

인터뷰—김병년 다드림교회 목사

학교밖 청소년 지원사업 10여년 동참

성경에는 배타성 없는 이웃사랑 강조

교회가 마을에 필요한 존재가 돼야

목회자···함께 나누는 공동체 운영자

“성경에는 가족 사랑이라는 말이 거의 없어요. 이웃 사랑이라는 말이 있어요. 가족 사랑이란 말은 배타적이잖아요. 이웃 사랑은 배타성이 없는 거예요.”

우리 동네 키 작은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어느 모로 보나 위엄이나 권위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친숙한 모습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아저씨가 목사님인 줄은 나중에 알았다.

안마을신문이 지난달 31일 기업은행 공릉지점 2층 다드림교회에서 김병년 목사를 만났다.

아무 꾸밈이 없다.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가졌다. 하지만 김병년 목사는 대화를 시작하자 사회와 교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해법을 들려 주었다.

“공릉동에 청소년문화정보센터가 생기고 조금 지났을 때,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했어요. 그런데 이걸 한 교회가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인근에 있는 소규모 교회들과 함께 하자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키다리아저씨 사업이에요.”

키다리아저씨 사업은 지역교회연합회가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와 함께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교회연합회가 기금을 마련하고 마을 어른이 ‘키다리아저씨’가 돼 마을 청소년을 1:1로 멘토링하는 사업이다.

“이 동네 규모가 작은 교회들과 함께 하자 했어요. 기금은 우리가 마련하더라도 이름은 여러 교회가 함께 참여하기로 하고 ‘지역교회연합회’를 만든 것이죠.”

10여년 사업이 지속되는 사이 기금은 연간 600여만원으로 커졌고 지원받는 청소년은 80여명에 이르지만 함께 했던 작은 교회들은 하나 둘 떠나고 지금은 다드림교회만 남았다.

“이름 내세우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여러 교회가 함께 하자고 제안했었어요. 사업 어디에도 다드림교회가 들어있지 않아요.”

김병년 목사는 키다리아저씨 사업을 하면서 단 한 명도 교회에 오지 않았다며 신도를 늘리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교회가 마을에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하는데 요새는 교회가 마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김 목사는 시대가 바뀌니 목회자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많잖아요. 영어, 수학 모두 전문가인데 목회자는 어디에도 끼기 어려워요. 마음이 아프면 심리학자를 만나고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는데 누가 기도 받으러 오겠어요.”

김 목사는 이제는 목회자라는 자리가 권위나 정보로 많은 사람 앞에 서기는 어려운 시대라고 진단했다.

“목회자는 스스로 살아가는 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회는 많은 조건을 가지고 사람을 나누거든요. 하지만 이런 조건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는 곳이 교회이고 목회자예요.”

김 목사는 “교회는 어떤 조건을 가지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베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건 없이 베풀지 않고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베푸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교회가 욕먹는 이유가 자꾸 조건을 가지고 사랑하려고 하니까 그래요.”

김 목사는 사랑을 주고받을 때는 동등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사람 자체를 사랑해야지, 시혜를 베풀고 그 대가로 또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 되는 거예요.”

김병년 목사는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너무 적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관계 맺기나 우정을 가르치지 않고 오직 실력만 가르치다 보니 친구들을 모두 경쟁상대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종교기관도 마찬가지로 이익집단이 돼버렸어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동등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관계가 돼야 하는데 상대를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사랑을 깨진다는 것이다.

김병년 목사는 이런 사회 전반적인 사랑과 신뢰가 깨지면서 자기 공동체 안에서만 사랑하는 배타성이 생기는 거라고 지적했다.

“사는 게 십자가인데 뭘~” 50여 명이 들어와 강연도 할 수 있고 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 일반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공간인데도 일부러 십자가도 걸지 않았다.

“배타성은 자기들끼리 사랑하는 거잖아요. 성경에는 가족사랑이라는 말이 별로 없어요. 대신 이웃 사랑이라는 말이 있어요. 가족사랑은 혈연으로 나누어서 배타적으로 사랑하는 것이잖아요.”

김 목사는 사랑은 보편적인 것인데 한국교회는 애석하게도 가족사랑이라는 말을 훨씬 많이 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병년 목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회가 진정한 성경에서의 가르침에서 멀어지고 있고 이런 점으로 인해 많은 일반인들이 교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별한 해결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과 만나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넓혀 나가면서 모든 교회가 꼭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실천으로 하나씩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강봉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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