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유체역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유체역학은 ‘흐르는 것’들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우리는 과학시간에, 물질은 △그 구성입자들이 손을 꽉 잡고 있어 움직임이 거의 없는 ‘고체’ △구성입자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손을 바꿔 잡으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액체’ △그리고 잡은 손을 놓고 마음껏 움직이며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기체’로 나뉜다고 배웠다.
여기서 ‘유체’는 보통 ‘액체’와 ‘기체’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유체역학은 이러한 유체가 주고받는 힘과 그로 인한 유체입자들의 운동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체의 흐름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유체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힘은 ‘압력’이다.
압력은 말 그대로 고체 혹은 또 다른 유체 덩어리가 누르는 힘을 말한다.
선풍기가 돌 때, 선풍기 프로펠러(고체)가 회전하며 멈추어 있던 공기덩어리에 가하는 힘도 압력이고, 자동차 엔진 실린더 속에서 연소된 가스가 팽창하며 피스톤을 밀어 올리는 힘도 압력이다.
유체와 관련한 또 하나의 중요한 힘은 ‘점성력’이다.
점성력은 유체가 서로 다른 빠르기로 흐를 때 그 안의 입자들이 서로 발목을 잡듯이 움직임을 방해하며 생기는 힘이다.
꿀이 물보다 천천히 흐르는 이유가 바로 점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체를 구성하는 입자들 또한 매우 작지만 ‘질량’을 지니기 때문에 ‘중력’을 받는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 즉 대기의 압력이 지표면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표면 근처에는 그 위에 쌓여 있는 거대한 공기 기둥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풍선은 공기 중에 그냥 머물러 있지 못하고 계속 위쪽으로 떠오른다.
이 밖에도 유체에는 그 종류나 환경에 따라서 여러 가지 힘들이 작용한다.

이러한 힘의 주고받음에 따라 유체는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른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에서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토네이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대기의 흐름, 따뜻한 적도에서 차가운 극지방까지 바닷물의 움직임 등 지구를 구성하는 물과 공기의 움직임은 모두 유체역학자들의 관심사다.
나아가, 공학자들은 유체의 운동을 이용해서 인간에게 편리한 물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멀리 있는 곳의 물과 가스를 편하게 쓰기 위해 ‘펌프’를 만들었다. 또 석유나 가스의 연소, 또는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이용해 유체를 데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빠른 속도로 배출되는 유체가 ‘로켓’에 힘을 주어 우리는 달이나 화성에 갈 수 있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라는 표현이 있다. 자기중심 없이 외부의 힘에 그저 지배받는 사람을 나쁘게 이야기하는 말이다. 하지만, 흐르는 유체가 우리에게 물과 전기를 주고, 우리를 달로 보내듯 ‘흐르는 것’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한 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관조하며 흐르는 것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겠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