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수요일

로봇과 사회 진보

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장

<사진 설명>최근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서 진행된 휴머노이드와 인간 노동자가 택배 물류 작업 대결에서 인간 노동자는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면서도 로봇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얼마 전,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서 흥미로운 경기가 펼쳐졌다. 한 미국 스타트업이 만든 휴머노이드와 인간 노동자가 택배 물류 작업 대결을 벌인 것이다.

10시간 동안 벌어진 대결 속에서 인간 노동자는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면서도 결국 로봇을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이 경기에 참여한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이 회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피규어’ 시리즈는 이족보행 같은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정밀한 손동작과 촉각 센서를 이용한 감각 인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신경망인 ‘헬릭스(Helix)’를 통해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 등을 통합하여 이해한 후, 필요한 행동 정보를 생성해 낸다.

이를 ‘거대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라 부른다. 즉, 이 모델을 통해 로봇은 카메라로 본 세상의 모습과 사용자의 음성을 동시에 인식하여, 물류 작업이나 가사 노동 같은 행동을 하도록 몸의 모터들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과거 제프 호킨스는 저서 ‘천 개의 뇌’에서 거대언어모델만으로는 인간과 같은 일반지능을 구현할 수 없으며, 인간은 몸을 움직이고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센서모터(sensorimotor) 상호작용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고 주장했다.

제프 호킨스가 거대 VLA 모델이 적용된 지금의 휴머노이드를 본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자본·국익···급성장하는 로봇 산업

이러한 로봇 기술의 미래는 여러 주체들의 이익과 맞물려 있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로봇 제어에 한계를 느꼈던 공학자들에게 큰 돌파구가 되었고, 이에 많은 공학자가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 또한 로봇 산업에 큰 관심을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에 로봇 도입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생산요소의 전환을 의미한다.

로봇 양산으로 단가를 낮춰 자본 비용을 줄이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선진국들 역시 로봇에 큰 관심을 보인다. 자국 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심 로봇 기술을 국익과 직결된 것으로 보고 수출이나 거래를 통제하기도 한다.

과거 증기기관으로 인해 세계의 부가 중국과 인도에서 서방으로 넘어간 역사적 경험 때문에 선진국들은 로봇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제성에 갇힌 도입 논쟁

하지만 로봇이 인간 사회에 몰고 올 변화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제조공장에 오래 전에 로봇이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식당이나 박물관 같은 서비스 시설에도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로봇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비용 저감이라는 ‘경제성’이 유일한 기준일 뿐, 사회 구성원들의 고민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로봇 기술을 통해 인간 근로자의 부족한 능력을 ‘강화’할지, 아니면 인간을 ‘대체’할지에 대한 가치 논쟁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로봇이 인간의 지적·물리적 노동을 대체해 나갈 미래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제도가 필요할지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부족하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는 책 ‘권력과 진보’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기술의 발전 방향을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사회는 진보의 기회를 얻고, 소수의 권력자에게 맡겨버린 사회는 부패하고 도태된다는 점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 주장했다.

로봇 기술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고, 그 방향에 맞게 기술과 산업을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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