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어르신휴센터에서
어르신, 자신의 경험 공유

독서교육 전문가 박선애 강사는 지난 5월, 월계어르신휴센터(센터장 안민자)에서 자전적 경험 공유 프로그램 ‘그림책과 함께하는 기억 톡톡 이야기’를 진행했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옛 사진과 영상, 음악, 낭독, 그리기와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자와 그림뿐 아니라 소리와 영상, 사물 등 다양한 매체를 함께 활용해 오래된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구성됐다.
박선애 강사는 “오래된 기억은 질문만으로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익숙한 사진이나 음악, 그림책의 한 장면을 만나면 당시의 사람과 장소, 감정이 구체적으로 되살아나기도 한다”며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름에 담긴 삶의 이야기
프로그램은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활동에서 시작해 어린 시절과 가족,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첫 회에는 그림책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를 함께 읽고 자신의 이름에 얽힌 사연과 의미를 나눴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성격과 장점을 떠올리며 ‘편안이’ ‘웃음이’ ‘괜찮이’ 등 서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새로 붙여준 이름에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느낀 상대방의 성격과 인상이 담겼다.
이름 짓기 활동은 참여자들이 현재의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시간에는 1950~1960년대 사진과 영상, 음악, 그림책 ‘책보’를 활용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나눴다.
참여자들은 등굣길과 도시락, 보자기와 책보,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를 떠올렸다.
한 사람이 자신의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면 다른 참여자가 비슷한 경험을 보태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어진 조각보 만들기에서는 살아오면서 받은 복과 앞으로 바라는 복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의 조각이 하나의 보자기로 이어지듯, 다양한 경험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가족과 삶의 전환점
세 번째 시간에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을 읽고 가족사진과 음악을 활용해 삶에서 중요한 사람과 사건을 돌아봤다.

참여자들은 배우자와 자녀, 첫아이의 탄생과 자녀의 결혼식 등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순간을 떠올렸다. 가족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 책임감과 보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담겼다.
과거의 자신과 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림에 담긴 사연을 서로 들려주는 활동도 진행됐다.
마지막 시간에는 그림책 ‘비밀’과 사진·음악 자료를 활용해 삶과 죽음, 현재의 삶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참여자들은 삶과 죽음을 각각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네 차례의 활동을 통해 새롭게 떠오른 기억과 느낀 점을 공유했다.
기억을 다시 해석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현재의 시선으로 자신의 경험을 다시 바라보도록 구성됐다.
박 강사는 정해진 답을 요구하기보다 열린 질문을 던지고 참여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각자가 원하는 속도와 범위 안에서 경험을 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말하기와 함께 그리기와 만들기 활동을 진행해 자신의 경험을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참여자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에서는 한 참여자의 이야기가 다른 참여자의 기억을 불러내는 장면도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비교하고 공감하며 “그때는 힘들었지만 잘 견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가족을 지탱한 힘이었다”고 말했다.
“삶을 읽고 표현하는 독서교육”
태릉해링턴플레이스에서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을 운영하는 박선애 강사는 “독서교육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글과 그림, 사진과 영상, 음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이를 말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도 넓은 의미의 독서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월계어르신휴센터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휴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미용, 캘리그래피, 뜨개질 등의 분야에서 25명이 등록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