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화요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국민의 신임 중대한 배반

용납할 수 없는 행위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이날 진행된 선고에서 주문을 발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했다.

이날 진행된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선 계엄 선포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검토했다.

헌재는 “탄핵 심판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국회 법사위의 조사 없이 이 사건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 점에 대해 “국회법은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법사위의 조사가 없었다고 하여 탄핵 소추 의결이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을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차 탄핵 소추안은 제418회 회기에 투표 불성립됐고 이 건은 제419회 임시회 회기 중에 발의됐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어 이 사건 계엄이 단시간 안에 해제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계엄이 해제됐더라도 이로 인한 탄핵사유는 이미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소추 과정에서 내란죄 등 형법위반 행위로 구성했던 것을 헌법 위반 행위로 변경한 점에 대해 “기본 사실관계는 유지하면서 적용 법조문을 철회·변경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의 지위를 탈취하기 위한 탄핵소추권 남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소추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소명됐으므로 남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5가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 여부를 검토했다.

헌재는 우선 계엄선포와 관련, “헌법 및 계엄법은 실체적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명시하고 있지만 피청구인은 야당의 탄핵소추 추진, 일방적 입법권 행사, 예산삭감 시도 등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국회의 탄핵 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이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고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평상시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는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하였다고 발표했으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계엄이 야당의 전횡과 국정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용 계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라며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다”고 꾸짖었다.

계엄 선포를 위한 절차와 관련, “피청구인은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나아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계엄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 일시·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지도 않았으므로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사유,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련, “피청구인은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했고 군인들은 헬기 등을 이용해 국회 경내로 진입했으며 일부는 유리창을 깨고 본관 내부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은 육군 특수전 사령관 등에게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으므로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 보장과 국토 방위를 사명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며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사유, 포고령 발령과 관련 “피청구인은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비상 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과 영장주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사유, 중앙선관위 압수수색과 관련 “피청구인은 국방부 장관에게 병력을 동원,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섯 번째 사유, 법조인의 위치 확인 시도와 관련 “피청구인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을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했다”며 “이는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마지막으로 이런 법 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헌법이 정한 통치 구조를 무시했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며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 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야당은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 소추를 주도하고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예결특위에서 증액 없이 감액을 의결했다”며 “피청구인은 야당의 주요 정책들에 대한 반대, 정부가 반대하는 법률안들의 일방적 통과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의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이는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취임 2년 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됐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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