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화요일

만드는 날–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관장

얼마 전 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메이킹 데이(Making Day)’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이 네 달 동안 진행하는 로봇 발명 프로그램의 한 과정이다. 청소년들이 발견한 문제를 로봇 기술로 해결해 보는 기회다. 이름 그대로 ‘만드는 날’.

현장은 강연이나 세미나의 차분함과는 전혀 달랐다. 다양한 재료와 도구에 파묻혀 발명에 몰입한 아이들의 열정으로, 활기찬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커다란 종이모자를 만드는 팀이 있었다.

모자는 특이하게 정수리 부분이 뚫려 있었다. 여름철 머리 온도를 센서로 측정해 너무 뜨거워지면 모자 뒤쪽의 팬이 자동으로 돌아가 시원한 바람을 불어 넣어 준다는 아이디어였다.

또 다른 팀은 박스 종이로 작은 야구장을 만들고 있었다.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공의 위치를 측정해서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에게 맞을 위험이 생기면, 타자 앞에 ‘보호판’이 재빨리 솟아올라 부상을 막아주는 장치였다.

어떤 학생들은 자기센서를 심어놓은 판 위에 쓰레기를 올려두면, 금속과 비금속을 구분해서 서로 다른 쓰레기통으로 쳐내는 막대가 달린 ‘분리수거함’을 만들고 있었다.

이 밖에도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착하는 휴지통, 폭우 시 자동으로 차수벽을 세워 건물을 지켜내는 장치 등 수십 가지 아이디어가 모형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수십 가지의 아이디어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마주한 현실에서는 씁쓸함을 느꼈다.

대학 입시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 사회에서, 긴 시간과 반복되는 실패를 감내해야 하는 이런 활동이 청소년과 부모, 교사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작품을 지켜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메이커 전문가들이 있었다.

그들의 경험이 ‘작은 에디슨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모습을 보며,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병수 메이커가 ‘작은 에디슨들’과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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