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4일 금요일

하나님을 만나는 나의 동굴은 어디인가

유수현 지리선생님의 그리스 여행(5)

7일차: 라브리오항- 미코노스섬, 8일차: 쿠사다시(에페소스) – 파트모스(밧모)섬

여행 7일차(7일). 이날부터 아테네에서 1시간 거리인 라브리오항을 출발, 미코노스, 에페소스, 파트모스, 로도스, 크레타, 산토리니 등 다섯 곳의 기항지를 거쳐 귀항하는 크루즈 관광을 시작했다.

배는 최대 1700명을 수용하는 중소형급이다. 세 끼 식사를 배에서 해결하고 오전과 오후 한 두 곳씩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여행은 진행됐다.

기항지 관광은 서너 시간 정도로 감칠맛 나게 진행되고 크루즈 안에서 일행들과 즐기는 기회도 충분하지 않아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크루즈 상품은 성수기인 봄여름에만 운영한다고 하니 승무원들은 대부분 n잡러일 것 같다.

여행 7일차부터 아테네에서 출항해 미코노스, 에페소스, 파트모스, 로도스, 크레타, 산토리니 등 다섯 곳의 기항지를 도는 크루즈 투어로 전환했다.

이날 오후 네 시쯤, 크루즈에서 작은 배로 갈아타고 미코노스에 입항하려 하는데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 대신 대타로 긴급 동행한 둘째 딸의 긴급여권 사진과 실물 대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30분 정도 걸려 수습됐다. 딸은 아부다비 공항에서 심야 환승 도중 화장실에다 여권을 두고 나왔다가 가까스로 탑승에 성공한 바 있어 조심을 다짐했다.

휴~ 가슴을 쓸어내리며, 어느 인류의 즉각적인 선행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느려진 장소

미코노스 방문자들의 표정은 밝고 업소 주인의 안색은 안정돼 보였다. 서울 인사동의 행인이나 지하철 승객 표정을 떠올려 보면 지쳐 보이거나 무표정하던지,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서로를 외면하는 풍경 아닌가. 눈 표정이 교감하는,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 장소다.

고대 유적지 에페소스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에게해 풍경을 볼 수 있는 미코노스의 리틀 베니스. 미코노스는 아기자기한 소박함과 환상적인 해안 절경이 있다.

미코노스는 바로 남쪽에 있는 델로스섬이나 낙소스섬에 비해 역사적 유명세가 떨어지지만 아기자기한 소박함과 환상적인 해안 절경이 있어 여행객은 눈 호강을 누린다.

산토리니는 경관이 빼어난 반면 미코노스는 오랫동안 앉아 즐기기에 좋으니, 산토리니는 세계적이고 미코노스는 지역적인 관광지라고 할까. 아차 크루즈 저녁식사를 한다고 일찍 승선하는 실수를 범했다.

9시 막배를 탄 다른 이들은 맥주와 함께 미코노스의 석양과 낙조를 즐겼다는데.

고대 에페소스 거리

밤 11시에 미코노스를 출발한 배가 눈 떠보니 튀르키예 쿠사다시 항에 와 있다. 해안 절벽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는 아타튀르크(케말파샤) 동상을 지나쳐온 아침햇살이 우리를 반겨 맞아주고 있다.

에페소스의 관문 구사다시항. 정상에 케팔파샤(아르타 튀르키예) 동상이 있다.

버스로 30분 달려 도착한 에페소스 고대도시는 2600여 년 전엔 해안이었다고 한다.

나일강처럼 토사가 퇴적해 해안선이 후퇴하고 있는 중이다. 북쪽의 고고 유적지 트로이처럼.

활기찬 처녀 여신 아르테미스(아데미)를 모셨다는 유명 신전은 그 당시에 세워졌다고 한다.

좌우에 대극장, 도서관, 체육관, 원형극장, 목욕탕 시설이 도열해 있는 고대 에페소스 거리를 지나며 신약성서 속 바울과 요한, 로마인 이야기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떠올렸다.

사도 바울과 이교도들이 예리하게 충돌했던 아르테미스 신전은 기둥 하나만 달랑 남았다.

오현제의 한 사람으로 대로마제국 영토를 확립한 하드리아누스는 곳곳에 자기 신전과 문을 세우면서 에페소스에도 흔적 세우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특별한 마음을 쏟으며 선교한 바울과 예수의 모친 마리아를 이곳에서 모셨다는 사도요한은 각각 후세에 에베소서와 요한복음을 남겨 주었다.

신자들은 그 책을 통해 믿음의 기초와 예수의 정체성을 배우고 있다,

요한계시록의 현장

쿠사다시 항에서 파트모스 섬까지 항해 시간은 3시간 반. 파트모스는 면적은 노원구(35㎢)와 비숫한데 인구는 3천 명 정도다.

에페소스 지역에서 활동하던 예수 제자 요한이 도미티니아누스 황제의 탄압으로 이곳으로 유배를 당해 묵시(계시)록을 쓴 곳이다.

11세기에 지어진 파트모스의 성 요한 수도원. 안에는 동방정교회의 성화인 이콘(icon)이 많이 걸려 있다.
요한과 천사가 그려져 있는 성 요한 수도원의 이콘. 이콘은 예배 대상은 아니고 신과 성인의 영광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부 촬영 금지된 굴 안에 들어가 요한이 계시를 받을 때 머리를 기댔다고 전해지는 움푹 패인 바위와 손잡이를 볼 수 있었다.

계시 동굴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11세기에 지어진 성 요한 수도원 안에 동방정교회의 성화인 이콘(icon)이 즐비하다.

신자들이 오해할까 봐 이콘은 예배 대상이 아니며 신과 성인의 영광을 경외하는 차원에서 신비함을 시각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기독교 신자들이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파트모스섬이다.

일행 모두가 옷차림과 마음 모두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로 들어가라고 요구받았기에, 그 신비로움에 경이감으로 답했다.

하지만 계시록에 대한 과도한 신비주의는 벗어버리고 현실적인 태세를 취해야 했다.

유배 생활을 하던 요한은 일상 속에 신의 계시를 받아 당시 환난을 겪고 있던 신자를 위로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최후 승리를 증언하는 묵시를 기록했다.

1세기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상징으로 기록된 묵시록이지만, 후대 사람들은 예언서로 환원해 상징을 해석하다 수 많은 교파와 건전치 못한 교단과 이단을 낳기도 했다.

하나님을 만나는 나의 일상 속 동굴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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