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5일 수요일

완벽하게 작동했지만 잘못된 곳에 떨어지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시립과학관장

‘치올코프스키’라는 구소련의 과학자가 있었다. 1903년 그는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운동법칙에 기반해서 연소가스를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을 위한 방정식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또한, 연료를 다 쓴 로켓 구조물 일부를 과감하게 분리해야 로켓이 더 큰 가속력을 얻어 날아오를 수 있다는 ‘다단로켓’의 개념 또한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이밖에 액체연료 로켓, 우주정거장 그리고 우주엘리베이터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 근대 로켓개발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비웃음을 이겨낸 12m의 위대한 도약

1920년대 미국의 ‘로버트 고다드(Robert H. Goddard)’는 최초의 액체 추진 로켓을 실제로 발사해 치올코프스키의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함을 증명했다.

비록 12m 정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그는 로켓이 초음속으로 연소가스를 뿜을 수 있는 노즐(nozzle) 형상을 설계했다.

또 길쭉한 로켓이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세제어 장치 ‘자이로(Gyro)’를 추가하였으며, 연료와 산화제를 별도의 탱크에서 뽑아내어 연소실로 보내는 ‘펌프(pump)’ 개념도 실현하였다.

로버트 고다드가 192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세계 최초로 액체 연료 로켓을 발사하기 전, 자신이 설계한 로켓이 설치된 얇은 철제 구조물 옆에 서 있는 모습. 이 로켓은 2.5초 동안 12.5m를 날아올랐다.

로켓으로 달까지 갈 수 있다는 그의 야심 찬 주장에 세계적인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밀어낼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로켓 추진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비아냥댔다가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기 전날 그에게 사과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거인들의 경쟁: 지구를 넘어 달에 닿기까지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두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과 세르게이 코롤레프도 빼놓을 수 없다.

죽고 나서야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세르게이 코롤레프는 현재 러시아에서 쓰고 있는 우주로켓의 원형을 만들었다.

그가 개발한 보스토크(vostok) 로켓은 인류가 그동안 태어나고 자란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유리 가가린’을 탈출시킴으로써 그를 인류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록되게 하였다.

한때 독일 나치에 속해 영국을 공격하는데 쓰인 공격용 로켓 V-2를 개발한 베르너 폰 브라운은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후 인류를 최초로 달로 보낸 로켓, ‘새턴V’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로켓은 최근 스페이스 엑스(Space X)의 스타십(Starship)이 등장하기 전까지 인류가 개발한 가장 큰 로켓이었다.

새턴V는 과거 치올코프스키가 제안했던 액체로켓 엔진, 다단로켓 등의 개념을 실현했다.

새턴V는 우주인 3명을 태우는 것으로 시작해 달에서 달리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달까지 실어 보낼 수 있는 강력한 ‘지구탈출의 힘’을 보여주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미국의 스페이스 엑스, 블루 오리진 등 민간 기업들이 로켓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는 팰컨9이라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여 우주로 물체를 실어 나르는 비용을 최대 10배 가까이 낮추며 바야흐로 우주산업시대의 문을 열어젖혔다.

“인류가 너무 늦기 전에 다행성종(여러 행성에 걸쳐 거주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포부를 듣고 있으면, 공상과학을 좋아하던 청년이 우주를 대상으로 꿈을 꾸면 어디까지 이를 실현하는지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로켓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

이처럼 로켓은 지난 세기에 개념이 확립되었고, 검증되었으며 이제는 인류, 더 나아가 한 문명을 지구 밖으로 확장하는 단계까지 발달했다.

하지만, 인간 문명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이 도구가 최근 지구 한 편에서 문명을 파괴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인류를 지구라는 요람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성으로 나아가게 할 로켓이 ‘미사일’이라는 이름의 가공할 무기로 변신하여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을 보며 로켓기술의 발전에 비해 한없이 더딘 인간 본성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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