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관장
2023년 1월 26일, 내가 이곳 과학관에 관장으로 오게 된 날이다. 낯선 곳에 와서 낯선 직원들과 친해지려 어색한 기웃거림을 반복하던 초기에 ‘대장님’을 만났다.
교육을 담당하는 어느 주무관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당연히 과학관 직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과학관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이자 개관 초기부터 과학관 교육과 행사를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있는 자원활동가였다.
막 이곳 일을 시작한 나는 물론이거니와 과학관에서 근무한 어느 직원들에 뒤지지 않게 과학관 일에 대해 빼꼼한 그 분을 나는 자연스레 ‘대장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장님은 과학관뿐 아니라 마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릉꿈마을공동체’에서 지역 주민들, 활동가들, 예술단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문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 주민자치 모임에 참여했다가 ‘자치’를 ‘민원’으로 오해받는 바람에 활동을 멈춘 적이 있었기에 대장님을 비롯한 이 단체의 활동 모습은 놀라웠다.
‘공릉꿈마을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과학관의 대표 행사들은 부족한 인력과 예산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찾는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축제 운영자들에게 금속 수저와 그릇 등을 제공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게 하고 또 폐목재나 폐현수막 등으로 새활용 워크숍을 기획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은 과학관 행사를 더욱 반짝이게 하고 있다.
개관 초기,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과학관 문화를 만들고 싶어서 마을 모임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홍보하고 협력을 제안했다는 교육과 주무관을 비롯한 과학관 직원들의 열린 마음과 그 ‘관계’를 바탕으로 과학관의 여러 교육 및 문화행사에 적극 참여해 주시는 존경하는 ‘대장님’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와 지원 덕에 오늘도 과학관은 한 뼘 더 자라고 있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