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5일 목요일

과학관 지하의 비밀

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사진은 서울시립과학관 지하에서 고압의 전기 시설을 점검하는 모습.
이야기 하나. 우리 곁의 고압 전기.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쓰고 있는 전기는 효용성이 매우 높은 고급 에너지다.

추운 겨울에는 열에너지로, 건물의 높은 곳에 올라갈 때는 운동에너지로, 실내를 밝힐 때는 빛에너지로 바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발전소로부터 배달받아 사용한다.

이때 전기선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생기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우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배송한다.

그렇다면 서울시립과학관 건물로 들어오는 전기의 전압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실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220V(볼트)의 100배가 넘는 22,900V다.

22,900V의 전기는 금속이 아닌 공기 중에서도 흐를 수 있을 정도여서 감전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고압의 전기는 과학관 ‘건물 지하’로 들어와 여기서 낮은 전압, 즉 220V나 380V로 변환된 뒤 우리가 쉽게 접근하는 전시실이나 교육실, 사무실로 배달된다.

이야기 둘. 소방시설은 어떨까?

과학관에 자주 차를 몰고 와도 지하 주차장 천장에 금속 관들이 가로세로로 복잡하게 설치되어 있고, 중간중간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 센서가 달려 있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과학관에 불이 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물을 분사해 안전하게 불을 끄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처럼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때, 금속관 속의 물은 얼지 않을까? 사실 빙점 이하의 온도에 노출되는 소방용 배관에는 평상시 물을 채워두지 않는다.

소방용 물은 ‘건물 지하’의 커다란 탱크에 저장해 두고, 유사시 그곳에 설치된 힘센 펌프가 작동해 소방 배관으로 물을 빠르게 보내 스프링클러로 분사하는 구조다.

보이지 않는 곳에는.

이 밖에도 과학관 건물 지하에는 우리가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거대한 정화조, 땅속에서 열에너지를 뽑아 활용하는 지열발전 설비, 냉난방을 가능하게 하는 공조시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과학관 건물 지하의 이러한 시설들은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완벽할 수 없고, 항상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전압 설비에서 사고시 전기를 즉시 차단하는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늘 확인해야 하고, 소방펌프가 언제든 작동 가능한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 밖에도 앞서 언급한 다양한 시설들에 대해 점검표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직접 테스트해 보는 일은 안전한 과학관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체험을 즐기고 과학실험에 몰입하며 수준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묵묵히 관리하고 있는 소중한 분들이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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