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9일 목요일

과학관은 왜 있어야 할까?

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장

8년 전쯤, 서울시가 건립을 추진하던 한 과학관의 기본설계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2024년 8월에 개관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RAIM : Robot AI Museum)이다.

당시, 과학관 기본설계안을 들여다보니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로봇과학관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니, 내용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담당 주무관에게 새롭게 탄생할 과학관의 존재 목적, 즉 ‘미션’부터 세워보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그 제안에 담당 주무관이 용기 있게 공감해 주었고, 로봇과학관의 전략계획을 수립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위기 속에 숨은 기회를 찾아서

먼저, 새 과학관이 마주할 환경을 살펴보았다. 과학관이 들어설 도봉구 창동 지역은 서울시가 균형발전을 위해 주목하는 곳이다.

다소 노후하고 유동인구가 적지만 향후 변화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이는 과학관에 분명한 기회요인이다.

반면, 당시에도 이미 인구감소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과학관의 주 관람층인 아동·청소년 인구가 급감한다는 점은 뚜렷한 위기요인이었다.

여기에,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SNS만으로도 과학 학습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

이러한 환경 분석과 더불어, 과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내부 관계자들과 이를 이용할 교사와 학생, 시민 등 외부 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빠뜨리지 않았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묻다”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새 과학관이 마주하게 될 핵심 과제를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로봇’이라는 소재는 거의 모든 공학 분야를 아우르며 산업경제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를 과학관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오히려 모호함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고 질문한다.”
과학관계에서 오랫동안 기관장으로 활동해 온 이정모 관장부터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분야 권위자 한재권 교수까지,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광화문 인근 회의실에 모여 장장 여섯 시간에 걸친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숙고 끝에, 우리는 과학관의 존재 목적인 ‘미션’을 만들어 냈다.
 

또한, 과학관이 여전히 ‘아이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 속에서, 정작 그 ‘아이들’의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점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였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드림팀’을 꾸렸다.

과학관계에서 오랫동안 기관장으로 활동해 온 이정모 관장부터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분야 권위자 한재권 교수까지, 여섯 명의 전문가들이 광화문 인근 회의실에 모여 장장 여섯 시간에 걸친 치열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숙고 끝에, 우리는 과학관의 존재 목적인 ‘미션’을 만들어 냈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고 질문한다.”

8년 전에 설정한 이 미션은 로봇과 AI가 급격히 발전하며 혼란스러워진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당신이 일하는 과학관은 왜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RAIM에는 분명한 답이 있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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