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8일 목요일

과학과 예술

과학관이 담은 세상

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우주유영> 속 작품 / 작가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하나의 천체를 상상하지만 과학전시 기획자는 더 많은 설명을 원한다.

“이게 무슨 행성인가요? 태양계에 있는 그 행성인가요?”
“그게 꼭 중요한가요?”
“…”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과학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우주유영〉은 이렇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대화로 시작됐다.

과학전시 기획자와 작품을 만든 예술가 사이의 짧은 문답은 이번 전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196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은 과학관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핵폭탄 개발을 주도했던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동생,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세운 이 과학센터는 전시물을 ‘손으로 만지고 작동하며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세계 대부분의 과학센터는 이 모델을 따르며, 오늘날까지도 ‘핸즈온(hands-on)’ 방식은 과학관의 기본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학계에서는 ‘마인즈온(minds-on)’, ‘필즈온(feels-on)’ 같은 새로운 개념을 내세워 왔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로는 여전히 ‘체험형 장치’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번 예술가와의 협업 전시는 특별했다. 과학기획자가 예술가와 손잡고 자연현상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해 낸 결과, 관람객은 단순한 실험장치 이상의 무언가—즉 ‘느낌’과 ‘사유’—를 전시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과학적 설명에 예술적 감각이 더해지자, 익숙한 현상이 낯설게 다가오고, 질문은 오히려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주었다.

<우주유영>의 기획자는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잠시 내려놓고 예술가의 시각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대화했다. 그 과정에서 과학전시의 언어는 확장되었고, 기획자에게는 예술가라는 든든한 동료이자 ‘친구’가 생겼다.

덕분에 전시는 아이들을 따라온 부모가 아닌, 스스로 과학관을 찾은 성인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는 과학관이 지식 전달을 넘어, 시민들에게 감성과 사유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값진 도전이었다.


‘과학관이 담은 세상’은 서울시립과학관이 직접 과학 관련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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