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1일 목요일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과학문화, 미래 경제 동력 될 것”

인터뷰—유만선 서울시립과학관장

과학관, 생활 속 과학문화 중심공간 역할

“과학관은 과학기술 인재 육성뿐 아니라 과학문화 확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마을신문은 지난 18일 유만선 서울시립관장을 만나 과학관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헌법을 찾아보면 과학기술은 인력 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규정돼 있어요. 하지만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보는 시각은 없어요.”

유만선 관장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당연히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겠지만 이제는 하나의 취미활동으로도 과학을 할 수 있고 아무런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과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왜 우주 탐사를 하고 달나라에 갔다 왔겠어요. 사실은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에요. 그냥 한 겁니다. 그런데 그 연구가 결과적으로 그 이후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잖아요.”

누군가는 하염없이 밤하늘 바라볼 수 있어야

그는 이처럼 결과에 대한 기대 없이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을 ‘과학문화’라고 표현했다.

“미 국방성에 있는 ‘다르파’라는 기관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조직이에요. 꼭 정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과제를 제시해 보는 거죠. 그러면 다양한 기관들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러다 보면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그냥 실패하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엄청난 것들이 나옵니다.”

유 관장은 과학기술의 효용성은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논벼에 있는 벌레들을 들여다보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만선 관장이 아이디어 제작실에서 드릴을 이용해 전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영준>

문제는 예산. 한정돼 있는 예산을 쓸 때는 효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을 하는 문화적 토대가 두텁게 있어야 스티브 잡스도 태어나는 거죠.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에요. 소수의 인재 양성에도 투자해야 하고 동시에 사회 전반의 과학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이제는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빠에게도 재미있는 전시실 만들 것

유 관장은 이를 위해 과학관의 변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관도 이제 일정 공간은 성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 손잡고 온 아빠들도 호기심을 갖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죠. 나아가 민간과 협업해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과학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과학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어요. 이들이 과학관을 활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모가 과학적 사고를 하고 과학관에 가고 싶어 할 때 아이들도 과학관에 가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관의 가장 기초는 전시실입니다. 전시물이 재미있어서 관람자를 붙잡을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보여주기에서 나아가 관람자가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깨닫게 해야 하거든요.”

유 관장은 이를 위해 관람자의 눈높이에서 전시물을 다시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람료 무료 전환, 주민 진입 장벽 낮춰

서울시립과학관은 지난 7월 15일자로 전시 관람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관람료가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실 과학관 입장에서 관람료가 큰 수입이 되지도 않거든요. 대신 매표와 수입관리를 하던 직원들이 교구를 개발하는 등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유 관장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설을 지역 주민들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신 3층 공간을 정리해서 기획전시장을 마련했어요. 정말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만원을 내고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직원들도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기획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겠죠.”

유만선 관장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한여름의 과학관’ 행사에서 어린이들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유만선 관장은 지역사회와 연계도 과학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립과학관은 공릉동 꿈마을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하게 돼서 참 행운이에요. 크고 작은 행사를 할 때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 주는 지역 주민이 있으니 지난번 ‘한여름의 과학관’ 같은 행사를 이어 올 수 있는 것이거든요.”

유 관장은 과학관이야말로 기존의 박물관이나 도서관보다 더 지역 주민들과 실험하고 연구하며 소통하는 과학 중심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만선 관장은 다음호부터 안마을신문 고정 칼럼을 통해 다양한 과학 이야기를 지역 주민들에게 전해 주기로 했다.

강봉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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