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영 도전기

오십이 넘도록 지금까지 운동 시설에 등록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관련된 클럽에 가입해 본 적도 없다. 비교적 건강하고 마른 몸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낯선 사람들과 인사하고 교류해야 한다는 장벽이 제일 컸다.
3년 전,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드디어 우리 동네 수영장이 착공했다. 수영장이 개장하면 꼭 등록하겠다고 주변 사람들과 약속했다.
사실은 운동을 3년 미룬 셈이다. 그 사이 개구리 배는 더욱 볼록해졌고 몸무게는 70kg을 넘어섰다.
지난 6월, 공릉체육센터 개장 소식과 함께 수강신청을 받는다는 정보를 들었다. 추첨을 한다는데 경쟁률이 어마어마할 거란 소식도 들렸다.
노원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수영프로그램만 해도 시간대별로 오전, 저녁, 형태별로 소그룹, 아쿠아로빅, 실력별로 초급반, 중·상급반, 요일별로 월·수·금반과 화·목반 등 골라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공릉체육센터 개장, 수강 당첨
오십이 넘도록 지금까지 운동 시설에 등록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관련된 클럽에 가입해 본 적도 없다. 비교적 건강하고 마른 몸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낯선 사람들과 인사하고 교류해야 한다는 장벽이 제일 컸다.
어쨌든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가장 경쟁률이 낮은 강좌를 고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합한 게 화·목 오전 7시 중·상급반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경쟁률 2:1. 그리고 나는 당첨됐다. 어떤 강좌는 5:1에 가까웠다.
얼른 등록은 했지만 아무 긴장감이 없었다. 무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기다렸다. 그리고 7월 1일, 첫 날은 당연한 듯 잊어버렸다.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당첨됐다고 자랑까지 했다.
그러고 나서야 수영장에 가려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여기 저기 검색해 보니 수영 세트가 필요했다.
첫날···당연하단 듯 깜빡하고 안 나가
쿠팡에서 주문하니 겨우 2만원. 수영복, 수영모에 어린 시절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수영안경까지 다 포함한 가격이다.
두 번째 날이 돼서야 처음으로 배달된 수영 세트를 달랑 들고 수영장으로 같다. 입구에서 수건은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아뇨.”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러게요. 어떻게 해야 해요?”
아무 경황이 없다. 그새 시간은 벌써 늦어버렸다. 샤워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안내를 떠올리면서도 그냥 들어갔다. 어디서 딱 봤는지 다시 가서 샤워하고 오란다. 샤워하고 오니 벌써 몸풀기 체조는 끝난 듯하고 자유형으로 갔다 오란다.
사실 나는 한 번도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아는 지식이라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이 있다는 사실 정도다.
한 번도 배운 적 없는데 중·상급반
그래도 나는 다섯 살에 우리 동네 연못에서 당당히 헤엄을 깨우친 사람이다. 제주 바다에서 소라 잡고 문어 잡던 사람이다. 적어도 물속에선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 왔다.
25m 레인이 그렇게 먼 줄 몰랐다. 영법이고 뭐고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몇 번이나 물을 먹었다. 몸은 떠오르지 않았고 숨은 어느 틈에 쉬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 전날 먹은 술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등에 꽂히는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50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가슴, 옆구리, 등판 상반신 모든 근육이 아팠다. 첫날은 오전 내내 누워있어야 했다.
둘째 날···25m 이렇게 먼 줄 몰라
두 번째 날엔 배영과 평영을 배웠다. 배영은 호흡이 확보되니 일단 할 만했다. 평영은 어린시절 주로 했던 개구리 영법과 비슷해서 역시 할 만 했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건너 건너편 초급반은 등에 킥판이나 보조 띠를 매고 퐁당퐁당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옆 상급반은 거의 TV에서 보던 수영 선수 수준의 실력을 보여줬다.
폼은 제일 엉성하지만, 물속에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마음으로 하기로 했다. 여유가 생기니 호흡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호흡이 가능해 지니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운동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될 것 같다. ‘이제 와서 올림픽 나갈 것도 아닌데’하는 생각에서 ‘이왕이면 멋지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나오는 길에 다음달 수강료를 내고 재등록했다.
강봉훈 기자